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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글

[김훈장편소설]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개 (푸른숲 출판사)

by 하남이 2014.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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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최인호 소설의 애독자였다. 김훈을 만난 이후로 그의 소설에 빠지게 되었다.

남한산성, 강산무진....

김훈의 소설 "개"를 읽다가 의외의 장면이 내 마음에 꽂혔습니다. <개의 공부>에 관한 구절. 우리가 하는 공부가 바로 이런 식이 되야 하지 않을까? 세상을 몸뚱이로 부딪치고 뒹굴고 온 몸의 감각을 가지고 빨아들이고 공부의 대상을 물어뜯고 씹고 핥고 빨고 헤치고 덥치고 쑤시고 뒹글고 구르고 달리고 쫓고 쫓기고 엎어지고 일어나고....

모든 주변의 자연과 사람이 선생님이라는 것...그리고 공부에는 기초가 중요하다는 것...그걸 잘해내려면 신바람이 필요하다는 것..  그 신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 온 몸의 감각을 모두 활짝 열어놓고 있어야 하는 것...


김훈의 소설은 구절구절 많은 영감을 줍니다. 생생하고 탁월한 묘사를 읽어가다보면 행간에 완전히 몰입하게 됩니다.

  
p.24

개의 공부는 매우 복잡해. 개는 우선 세상의 구석구석을 몸뚱이로 부딪치고 뒹굴려서 그 느낌을 자기의 것으로 삼아야 해. 그리고 눈, 코, 귀, 입, 혀, 수염, 발바닥, 주둥이, 꼬리, 머리통을 쉴새없이 굴리고 돌려가면서 냄새 맡고 보고 듣고 노리고 물고 뜯고 씹고 핥고 빨고 헤치고 덥치고 쑤시고 뒹굴고 구르고 달리고 쫓고 쫓기고 엎어지고 일어나면서 이 세상을 몸으로 받아내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자.....


선생님은 많아. 이 세상의 온 천지가 개들의 선생님이지. 나무와 풀과과 숲과 강과 안개와 바람과 눈비가 모두 개들의 선생님이야. 돌멩이와 먼지도 선생님이고 논두렁에서 말라붙은 소똥도 선생님이야. 개미나 벌이나 참새나 까치도 모두 선생님이야. 이 선생님들이 개들을 교실에 모아놓고 하나씩 붙잡고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야. 개들은 이 많은 선생님들을 찾아가서 함께 뒹굴면서 스스로 배우는 거야. 정확하고 빈틈없는 공부지.

공부에는 기초가 중요해. 공부에 스스로 하려는 마음이 중요해.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개는 좋은 개가 될 수 없어. 그래서 개들은 어렸을 때가 가장 바쁜 거야. 어린 개들은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지. 워낙 바쁘니까. 나도 어렸을 때 그랬어.

이 공부를 끝까지 잘 해내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바람이야. 머리끝부터 꼬리끝까지 신바람이 뻗쳐 있어야 한다는 것이야. 신바람! 이것이 개의 기본정신이지. 신바람이 살아있으면 공부는 다 저절로 되는 것이고 억지로 한다고 해서는 되는 일이 아니야.

신바람은 어떻게 일어나느냐고? 이 세상을 향해 개들처럼 콧구멍과 귓구멍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면 몸 속에서 신바람은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야. 어떻게 저절로 생겨나느냐고? 그걸 설명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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