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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하남댁의 커다란 관심사입니다. 요사이 보는 책들은 거의 글쓰기에 관한 책들입니다. 하여 순수하게 제 자신을 위해 제가 공부하고 있는 내용들을 기록하여 후에 참고하고자 합니다. ^-^* 하남댁
하남댁이 관심을 갖고 반복해서 읽고 있는 책들입니다.
◆ 묘사, 서술, 설명, 대화는 글쓰는 사람의 아들과 딸
좋은 글을 살펴보면 묘사, 서술, 설명, 대화가 일정하게 반복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묘사는 정지해 있는 대상을 카메라로 찍는 것처럼 세부적으로 관찰하면서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반면에 서술은 동적입니다. 묘사는 정지모션이므로 묘사가 길어지면 글이 정체됩니다. 이 때 글의 속도를 주기위해 서술을 합니다. 영화감독에게 카메라가 있다면 작가에게는 묘사와, 서술, 설명, 대화가 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이 네가지를 활용하여 영화 한 편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소설가 김훈은 묘사, 서술, 설명하는 솜씨는 정말 탁월합니다. 그의 작품 남한산성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눈 앞에서 살아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카메라로 주인공의 얼굴에 있는 땀구멍까지 들이대기도 하고 절망에 빠진 임금의 가슴속을 열어제치고 선명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칸의 눈매는 날까롭고 광채가 번득였다. 상대를 녹일 듯이 뜨겁게 바라보았다. 아무도 칸과 시선을 마추치지 못했다. 칸의 결정은 신속하고 단호했다. 칸은 구운 오리고기에서 뼈를 발라내며 군대의 진퇴를 결정했고, 입을 오물거려 오리뼈를 뱉으며 명령을 내렸다. 그는 사냥개를 좋아해서 목고와 티베트에서까지 종자를 구했고, 부족장들은 고을을 뒤져 영특한 개를 찾아서 바쳤다. 혓바닥이 뜨겁고 콧구멍이 차가우며 발바닥이 새카맣고 똥구멍이 분홍색이고 귓속이 맑은 개를 칸은 으뜸으로 여겼다. 개들은 깡마르면서도 날랬고, 사납고도 온순했다. - 김훈의 남한산성중에서, p.23-
◆ 초점의 다양한 이동, 글쓰는 사람의 강력한 도구
카메라 위치에 따라 사진의 느낌이 달라집니다. 로 소설이라는 것이 작가가 펜을 카메라 삼아 찍는 한 편의 영화라고 본다면 작가는 초점의 이동을 시공간을 초월하여 할 수 있습니다.
눈 덮인 행궁 골기와 위에서 초저녁 어둠이 새파랬다. 내행전 구들을 달구는 장작불 연기가 퍼졌다. 푸른 연기가 흐린 어둠 속으로 흘러갔다. 삭정이 타는 냄새가 향기로웠고 침소 방바닥은 따스했다. 임금이 옷을 벗느라 버느적거리는 소리가 마루까지 들렸다. 사관이 붓을 들어서 하루를 정리했다. -김훈의 남한산성중에서-
위의 글에서 문장마다 장면이 바뀜니다. 행궁골기와 위→내행전 장작불→연기가 흘러가는 어둠→침소→임금의 방→글쓰는 사관. 카메라가 순차적으로 다른 장면을 보여주면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때론 접사촬영으로 꽃의 줄기의 털까지 찍어내기도 하고 때론 인공위성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면 150층 높이의 빌딩 옥상에 서있는 주인공을 건물밖 공중에서 묘사해야할 때가 있기도 합니다.
◆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갈고 닦고 또 공부해야...
나는 물건을 눈으로 보지 않으면 글을 쓰기 굉장히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칼의 노래" 쓸 때는 칼, 투구, 갑옷, 구석기유물, 불도저, 포클레인을 다 들여다봤다. 의과대학에서 해부학 책도 봤다. 내겐 굉장히 중요한 책이다. "화장"을 쓸 때는 여성지 화장품 광고도 유심히 보고 상상력을 얻었다. ...(중략)... 사실을 진술하는 언어, 의견을 진술하는 언어가 일치하지 않는 개발도상국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조선일보, 2004.8.15)
'은','이'를 놓고 머리 터지게 고민했다는 소설가 김훈의 말이다.
김훈의 단편 "화장"에서 본문 하나를 인용합니다. 경험한 사람처럼 생생하게 글을 쓰고 있네요. 이 정도 쓰려면 공부 정말 많이 해야겠네요.
이 년에 걸친 투병의 고통과 가족들을 들볶던 짜증에 비하면, 아내의 임종은 편안했다. 숨이 끊어지는 자취가 없이 스스로 잦아들듯 멈추었고, 얼굴에는 고통의 표정이 없었다. 아내는 죽음을 향해 온순히 투항했다. 벌어진 입술사이로 메말라 보이는 침히 한 줄기 흘러나왔다. 죽은 아내의 몸은 뼈와 가죽뿐이었다. 엉덩이 살이 모두 말라버린 골반뼈 위로 헐렁한 피부가 늘어져서 매트리스 위에서 접혔다. 간병인이 아내를 목욕시킬 때 보니까, 성기 주변에도 살이 빠져서 치골이 가파르게 드러났고 대음순은 까맣게 타들어가듯 말라붙어 있었다. 나와 아내가 그 메마른 곳으로부터 딸을 낳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간병인이 사타구니의 물기를 수건으로 닦을 때마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들뜬 음모가 부스러지듯 빠져나왔다. 그때마다 간병인은 수건을 욕조 바닥에 탁탁 털어냈다.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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