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에 검단산-고추봉(두리봉)-용마산 등산, 소나기 한 줄
계속되는 무더위 폭염 언제쯤 끝날 것인가? 끝이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고 덥다고 활동하지 않고 있으면 맥이 풀리고 축축 늘어진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필(feel)이 왔다. 그래 오늘은 검단산-두리봉(고추봉)-용마산-남한산성-샘재..이 코스로 최장거리를 한 번 뛰어보자.
오늘이 말복이지. 삼계탕에 넣을 육쪽마늘 여덟쪽을 골라서 마른 줄기를 잘라내고 마늘을 쉽께 까기 위해 물에 담가서 일정시간 불린다. 완전히 물에 불어서 흐물흐물하게 껍질이 벗겨질 때까지 갈려면 시간이 한정없이 가므로 오늘은 바로 마늘까기에 돌입한다. 과도를 갖고 마늘 머리부분을 약간씩 잘라내면서 끝에 붙어있는 껍질을 벗겨낸다. 생각보다 잘된다. 약50개 정도 마늘을 금새 깠다. 야무지개 마늘머리부분을 다듬어주고 작업 끝~~~(이상 마눌님 지시사항 완료)
얼음물을 얼려놓지 않아서 냉장된 물로 대체. 장시간 등산하려면 얼음물이 있어야 하는데..우짜겠노..할 수 없지... 검단산 유길준묘소등산로 초입(10:38)에서 출발. 연휴가 끝나고 첫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후프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은채로 산을 오른다. 오늘은 팔토시도 했다.
산을 오르는 일은 언제나 똑같다. 한발한발 그 순간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빠르게 오르려고 급하게 서둘르지 않고 경쟁하지 않고 천천히 순간순간을 음미하면서 한발한발을 음미하면서 걷는 것이다. 이렇게 오르다보면 어느새 목적지가 보인다. 매일매일의 삶도 인생도 이런 자세로 살아가야지.
중간전망데크 직전에 있는 약수터(이 약수터는 정말 나로서는 정말 우연히 발견한 것인데...내겐 보물같은 곳이다.)에 도착. 땀을 흘리고 힘들게 산을 오르다가 잠시 쉬면서 더위를 식히고 차가운 물을 즐길수 있는 곳이다. 힘을 얻어 다시 등산을 계속하여 검단산 정상에 도착했다. 소요시간 1시간41분.
12:19분 검단산 정상도착
▲ 검단산 정상에서 바라본 팔당댐과 두물머리
13:11분 두리봉(고추봉) 도착
평상시 같으면 검단산 정상에서 하산하여 곱돌약수터를 거쳐 호국사, 애니메이션고등학교로 내려왔는데 오늘은 고추봉을 지나 용마산에 오르려 코스를 달리한다. 10분정도를 내려가면 산곡초등학교로 빠지는 오른쪽 하산길이 나오고 그대로 직진하면 고추봉-용마산 코스이다. 오늘은 직진..능선을 타고 걷다가 오르고 내리고를 몇번 반복하면 고추봉이 나타난다.
▲ 고추봉(두리봉)
▲ 고추봉에서 바라본 중부고속도로(잘 안보이네요. ^^)
13:52 용마산 정상도착
오늘 등산은 정말 초파리들과의 전쟁이었다. 산행내내 초파리들이 달라들어 양쪽 귓가에서 윙윙거리는데 참아보려고 했지만 신경이 곤두서서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다.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내 배꼽 앞 부분에 초파리 대여섯마리가 나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 따라 붙고 있었다. 이 파리떼들만 없어도 산행이 편할텐데..어떤 놈들은 갑자기 내 귀로 가미가제처럼 돌진하기도 했다. 참...이런 것을 초탈해야 진정한 산꾼인데...인생을 살다보면 이런 초파리같은 존재는 얼마든지 많이있다.
▲ 용마산(595m) 정상에서 바라본 두물머리(1)
▲ 용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두물머리(2)
드디어 하산 완료...
남한산성 부근 국도에 인접한 두 평 남짓한 엄미리버스정류장은 뜨거운 태양빛이 점령하고 있어 그곳에 설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이미 태양은 그늘을 뒷쪽으로 밀어내었다. 그늘 쪽에 서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정류장 한쪽 벽에 걸려있는 버스실시간운행정보판은 6분후 13번 버스가 도착한다고 알린다. 얼마후 저만치 버스가 한 대 달려온다. 버스기사가 여자분이다. 버스에 올라 제일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시원한 바람이 위에서 쏟아져 나온다. 산행의 고단함을 보상받는 것 같다. 엄미리버스정류장에서 천현동사거리정류장까지는 15정거장이다. 오늘 등산거리는 9.8킬로, 소요시간 4시간 14분. 이 중 휴식시간 5분. 여튼 운동 많이 했다. 잘한 것 같아 내 자신에게 포상을 주고 싶다.
▲ 용마산 주변 산행지도
#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방안이 시원하다. 이상하다. 거실로 나가보니 뜨겁던 해가 없어졌다. 열려있는 앞뒤 베란다 문을 통해 시원한 바람이 쏟아져 들어온다. 아아 폭염이 끝났는가? 이대로 가을이 되면 좋으련만...여튼 아침저녁으로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도 좀 더 커진 것같다.
아내가 준비해둔 삼계탕과 가지무침, 도토리묵과 엄니약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1층 출입구로 나갔는데 밖에 갑작스런 소나기가 퍼붓는다. 빗줄기도 굵고 거세다. 해는 떠있는데 소나기라....문밖에서 30대 후반의 여자가 쏟아지는 비를 피하기 위해 입구처마 아래로 뛰어왔다. 반가운 소나기다. 폭염으로 달궈진 도시의 열기를 소나기가 다 뺏아갔으면 좋겠다. 우산을 챙기러 다시 올라 온 김에 앞뒤베란다 문을 닫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 여기 비와. 베란다 문 닫았어.
- 여기는 안 오는데...
희한한 일이다. 바로 여기는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옆동네는 햇볕이 쨍쨍하다니..이걸 국지성 소나기라고. 가끔씩 영화속에서 해는 쨍쨍한데 비뿌리는 장면 나오면 영화에 몰입도가 뚝 떨어지는데....오늘 그런 상황이 실제로 생겼다. 소낙비는 금방 그쳤다.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만큼 오고 언제그랬냐는둥 다시 폭염이 내리쪼인다. 버스가 두 정거장을 지났을 뿐인데 도로에 비온 흔적은 보이질 않는다. 여기는 비가 오지 않은 모양이다. 우산 든 손이 머슥해진다.
오후에 엄니댁 일 도와드리고 냉면 끓여서 같이 식사하고 도서관으로 직행. 저녁 10시까지 책보다가 귀가..저녁무렵에는 조금 아주 조금 선선해진것 같다. 아아 가을이여 빨리 오너라...폭염에 온열환자들이 500명이 병원을 찾았다고 하고 에어컨 사용해서 전기요금도 걱정이다. 언제 희망봉(440m)과 감투봉(368m)에도 가봐야겠다.(#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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