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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해운대, 영화 감상평 (찡한 장면, 명장면 7가지)

by 하남이 2009.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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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운대'의 성공을 축하합니다. 이 글에는 저에게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 글입니다. (작성일자. 2009.7.30)

재작년 여름 해운대가 처음 상영되던 날 피카디리극장에서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이 글을 블로그에 올렸고 다음 메인메뉴에 떠서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메인에 뜬지 약 2시간정도 됬나요? 어느 분이 댓글에 스포일러 문제를 제기하셔서 바로 다음에 전화를 해서 삭제를 요청하고 저도 바로 비공개로 돌렸던 글입니다. 저작권과 관련하여 민감한 분위기에서 자칫 논란의 대상이 되고 싶지가 않았던 것입니다. 제가 재미있어서 하면 되지 문제가 된다면 무리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영화 스포일러 문제는 글쓰는 사람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은 계기였습니다. 문제를 제기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

 





알림 : 스포일러의 우려때문에 영화를 안 보신분은  영화를 먼저 보시고 나중에 읽어주세요. -주인백-

오랜 만에 가족들과 함께 "좋은 영화"를 보았다.

우리 영화계는 오랜동안 조폭물이 주류를 이루어 왔다. 때려 부수고 죽이고 보복하고..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영화들...
이런 영화말고 사람들의 정서에 좋은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영화 "해운대"는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정말 좋은 영화다. 
 
지난 7월 22일 개봉한 영화 "해운대"는 얼핏 보기에는 재난영화 같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대재앙에 맞닥뜨린 사람들의 화해와 사랑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영화이다. 본격적인 쓰나미가 시작되는 영화의 중반이후 부터는 손에 땀을 흘리면서 보게된다. 

쓰나미란 갑작스런 충격으로 대양이 요동치면서 급격한 파동이 생겨 일어나는 지진해일을 말한다. 보통 비행기보다 더 빠른 시속 800km정도의 속도로 이동한다. 해운대의 영화감독 윤제균은 2004년 초대형 쓰나미가 동남아를 덮치는 사건이 벌어진 시간 해운대에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만약 100만 인파가 몰리는 피서철, 해운대에 쓰나미가 닥친다면?"이라는 상상을 했고 그 상상이 바로 영화 해운대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쓰나미와 함께 영화를 끌고 가는 이야기의 큰 축은 "최만식(설경구)과 강연희(하지원)의 사랑", "최형식(이민기)과 김희미(강예원)의 사랑", "김휘(박중훈)와 이유진(엄정화)의 화해", "최만식과 그의 작은 아버지(송재호)의 화해"다. 그리고 또하나 굳이 덧붙히자면 "만식의 어머니와 강연희"의 화해다.
 

영화 해운대 명장면(찡한 장면, 좋았던 장면) 7가지



# 장면 1 : 최만식(설경구)과 강연희(하지원), 연희 아버지 산소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다.

해운대에서 자란 토박이로 다혈질이고 무뚝뚝한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 만식.. 몇 년전 인도양으로 나간 아버지를 쓰나미로 잃고 해운대 미포 선착장에서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부산 아가씨 강연희(하지원). 작은 횟집을 운영하는 만식은 같은 동네에서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연희를 좋아해 그를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그리고 연희도 만식이 싫지 않다. 그러나 만식은 연희의 아버지를 사고로 숨지게 한 죄책감에 연희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만식을 마음속으로 사랑하고 그가 적극적으로 다가와주길 기다리는 연희. 기다리다 못한 연희가 아버지 산소에 가서 프로포즈를 하게 되는데...

"글쎄, 이 빙신같은 사람이 그렇게 눈치를 줘도 사람 마음을 몰라주이.. 오늘, 아부지가 만식이 오빠야 한테 얘기 좀 잘해줘라..내 잠시 화장실 좀 다녀 올테니까네"

죄책감에 연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산소앞에 엎드려 통곡하는 만식.. 


# 장면 2 : 어쩡쩡한 오후 3시 같은 사람, 최형식(이민기)의 장례식장에서 통곡하는 김희미(강예원)


개인적으로 내가 영화감독이었다면 형식(이민기 분)을 꼭 그렇게 바다위에 떨어뜨려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 너무 허무해. 영화가 끝나고 둘째 딸에게 소감을 물어보았다.
- 영화 어땠니?
- 허무해요.
- 뭐가?
- 형식이가 그렇게 죽은게요.

최형식(이민기 분)은 만식(설경구 분)의 동생이자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해양 구조대원이다. 그리고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해운대를 찾은 연극영화과 지망 삼수생 김희미(강예원 분)은 적극적인 구애로 형식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그들은 톡톡튀는 대사와 익살스러운 연기로 영화에 상큼한 생기를 불어넣는다.

- 형식씨는 오후3시 같은 사람이예요.
- 오후 3시요?
- 예, 오후 3시가 어쩡쩡하잖아요. 뭘 새로 시작하기에는 늦고, 마무리하기에는
...

아아 그런데 이게 인생인가? 형식은 김희미를 괴롭혔던 건달의 생명을 구하기 바다에 뛰어들고, 이어 헬리곱터에 연결된 구조밧줄에 형식과 건달, 둘이 땡겨져 올라오는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아니면 체중이 너무 오버됬나? 밧줄의 끊이 풀리면서 한 놈만 올라갈 수 있다는 감독의 옵션(?)이 주어진다. 우리의 주인공, 형식! 눈을 부라리며 대사를 읊조리다 과감하게 자일을 스스로 끊으며 바다로 떨어져 장렬하게 산화한다. 바리바리 울어대는 희미.. 떨어지면서 짓는 이민기의 표정연기 압권이었다. 형식은 더이상 어쩡쩡한 오후 3시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 그는 죽음으로 영원히 사는 길을 택했다. (이게 말이 쉽지 보통 어려운 일인가? 영화니까 쉬워 보이지만...)

아아 영화는 더 구슬프다. 형식의 장례식장. 미희에게 건내준 형식의 구조대원용 손목시계에서 오후 3시를 알리는 알람벨이 울린다.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ㅠㅠ

영화감독이 시켜서 자일을 끊었겠지만 관객들은 많이 서운하다. 희미와 함께 알콩달콩 연애기를 계속 써나갔으면.. 하기야 영화 해운대가 무슨 로맨스 영화도 아니고... 다음 영화에서 한번 둘이 좋은 영화한번 만들어봐요. 잘 어울리는 커플입니다.


# 장면 3 : 다가오는 쓰나미를 앞두고 이루어지는 김휘(박중훈)와 이유진(엄정화)의 화해

가족보다는 쓰나미 연구에 몰두하며 살아온 해양연구소 소속 지질학자 김휘(박중훈)와 7년전 오로지 일만 아는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딸을 키우며 사는 싱글맘이자 국제행사 이벤트 담당 이사로 능력을 인정받는 커리어우먼 이유진(엄정화), 그리고 그 사이에 딸 하나..

김휘는 방재당국에 메가쓰나미 발생가능성을 예고하고 시민들을 대피시킬 것을 요청하지만 이는 계속 묵살당하고..국제행사를 오랜기간 준비해온 아내(엄정화)로부터도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는데..

7년만에 만난 딸아이에게 아버지라는 말도 한 번 못해보고 결국에는 딸아이만 구조 헬리곱터에 태워 떠나보내는 생이별의 아수라 속에서 김휘는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그 한마디를 던지며 통곡한다.

"내가 니 아빠다." 

그 한마디를 던지고 아내와 함께 장렬하게 쓰나미를 맞는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가족들에게 평상시에 잘해야 한다. 천년만년 살 거 아닌데 상처주고 상처받고.. 이런 삶 정말 싫어요.. 내가 밑지고 살고 잘해 줍시다. 


♤ 덤으로 보는 장면 : 인생너무 까칠하게 살지마..
엘리베이터에 갇혀 유진(엄정화 분)은 차오르는 물에 죽음의 시간이 또박또박 다가오고.. 사랑하는 딸과 전 남편(박중훈)과의 통화를 끝낸다. 물은 점점 차오르고 마지막 임무를 마친 핸드폰은 물 속에 잠기고.... 아아,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생명의 은인이 나타나는데..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흑기사는 엘레베이터 문을 열어 물을 빼내고 엄정화를 건져낸다. 그런데... 그는 누구였을까요? 엄정화가 묵는 호텔방의 변기를 고쳐주었던 수리공이었다. 변기수리를 마치고 규정에는 없는 차비(?)를 달라고 했다가 까칠한 유진에게 봉변을 당하고 호텔측에 신고한다고 하여 걸음아 나살려라하고 내뺕던 그 변기수리공이 엄정화의 생명의 은인이 된 것이다. 영화감독님이 다른 할 이야기도 많고 보여줄 것도 많은 상황에서 변기수리공을 투입하여 엄정화를 구해낸 것은 결국 관객들에게 이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인생 너무 까칠하게 살지마세요. 좀 베풀고 삽시다."


# 장면 4 : 동네 백수건달 오동춘 모친, 가슴아픈 모정


아들이 사람노릇 못해도 내가 배 아파서 낳은 자식 아닌가? 영화에서 나오는 가슴 아픈 장면중에 하나는 쓰나미가 덮쳐 해운대가 완전 물바다가 되고 골목 사이에 불어 오른 물 위로 떠내려가는 구두 한 짝이다. 그 구두는 동네 날 건달이자 연희(하지원 분)의 초등학교 동창 오동춘(김인권 분)의 어머니가 동춘을 위해 산 구두이다. 동춘의 어머니는 쓰나미가 들이닥치는 날 아침, 아들에게 구두를 사주기 위해 동네 친구들과 야유회 가는 버스에서 내리고 만다. 그리고 쓰나미에 희생자가 되고 만다. 그냥 버스를 타고 갔으면 변을 당하지는 않았을텐데..ㅠㅠ. 못난 아들 동춘은 쓰나미가 할퀴고 간 후 어머니의 영정을 끌어안고 통곡을 한다. 이제 사람 좀 되려나...부모님께는 아무리 잘해드려도 항상 모자르다.


# 장면 5 : 실감나는 쓰나미 장면, 컴퓨터그래픽이라지만 실제같다.

영화 해운데는 제작비 130억원의 약 절반가량을 컴퓨터그래픽과 특수촬영에 사용했다고 한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 퍼펙트스톰, 투모로우의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맡았던 한스 울릭과 공동으로 CG작업을 했다. 대낮에 물이 크게 덮치는 장면은 세계 어느 영화에서도 보기 힘들다고 한다. 완성도 높은 장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10개월동안 밤샘 작업을 하면서 공을 들인 장면들이라고 한다. 광안대교 중간쯤에 걸쳐있는 대형선박에서 떨어지는 컨테이너와 그것들을 잘도 피해다니는 오동춘의 연기도 명품.

내 앞에서 거대한 쓰나미가 닥쳐온다고 상상만 해도 올 여름 더위가 싹 가신다.


# 장면 6 : 만식과 작은 아버지의 화해

영화 내내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관계에 있던 만식(설경구)과 그의 작은 아버지(송재호). 야구장에서 행패를 부리다가 감방에 들어간 만식이를 빼내주는 데 힘을 써준 그의 작은 아버지가 어머니가 운영하는 횟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작은 아버지에게 인사조차 안하고 집을 나가는 그를 향해 "야이 개**야"라고 고함을 지르며 개의 배를 걷어 차버린다. 작은 아버지(송재호)는 기가 막히지만 말없이 집을 빠져나온다.

쓰나미로 물에 잠긴 골목길. 전봇대가 쓰러져 변압기가 물에 잠기고 물속에 빠져있던 사람들은 모두 감전사를 당하는데..

가까스로 물위로 올라간 만식과 연희.. 그러나 만식이 힘이 빠져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연희에게 마지막 몇마디를 남기고 급물살에 떠내려가는데.. 위기의 순간에 그에게 내미는 손이 있었으니 바로 다름아닌 그렇게 증오했던 작은 아버지의 손이었다.

전봇대위에 붙어 있던 작은 아버지(송재호)가 그에게 손을 내밀고 그는 구원을 받게 된다. 

"이제 됬다. 이제 살았다."

아아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극적인 화해를 끝내자 마자 급물살에 떠내려 오는 물체를 정면으로 맞고 작은 아버지는 물에 떨어져 흘러내려간다. 울부짖는 연희와 만식... 시련이 닥쳐야 화해하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인간군상,, 역사이래 변함없는 우리의 모습니다. 돈 때문에 가족들간에 싸우지 맙시다.


# 장면 7 : 만식의 엄마와 연희의 화해

영화의 첫장면에 자신의 횟집앞에서 장사를 한다면서 연희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구박하는 만식의 모친. 영화내내 연희와 갈등관계를 쓰나미가 지나간후에 연희를 며느리로 받아들이면서 화해를 한다.

"부부란 것이 살다보믄..." 
실로 처음있는 만식모친의 덕담이다. 이를 들으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연희.
"어머님 잘할께예"
"그래 연희 니가 고생많았다."
옆에서 주책없이 끼어드는 만식(설경구)
"그래 연희가 고생많았어요."
연희를 포옹한 만식모친은 그의 너스레에 그를 일거에 발로 걷어차며 그를 평상에서 떨어뜨린다.
이게 설경구의 애드립(아니 애드액션)일까? 아니면 원래 대본에 나와있던 걸까? 궁금해진다. 아무튼 영화내내 설경구의 코믹연기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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